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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9일 영업종료.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2일 서울 은평구의 한 상가 앞. 창문을 다 가릴 정도로 큰 현수막이 가게 전면을 덮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사람의 온기로 가득했을 홀은 텅 비어 돌 바닥에서 올라온 한기만 감돌았다. 주방 구석에 놓여 있는 반죽통과 튀김기가 한때 이곳이 음식점이었음을 짐작게 했다.
특징
2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가게 전면에 폐업을 알리는 현수막이 펄럭이는 모습.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곳에서 4년여간 분식점을 운영했다는 김지호(36)씨는 오랜 기간 지속한 경기 침체에 비례해 늘어난 운영 비용 탓에 장사를 접을 수밖에 디딤돌대출 기간 없었다고 기자에 토로했다.
그는 그중에서도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비용 부담에 대한 반감이 컸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된 탓에 마진율을 최소화해 가게를 겨우 운영했는데 배달앱 비용까지 급격히 오르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다른 소상공인도 마찬가지로 보인다. 소비자공 개인회생보증인대출 익네트워크가 외식업 점주 5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 점주들이 사업장 운영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요인으로 배달앱 수수료(7점 만점에 5.68점)가 인건비(5.34), 식재료비(5.41) 등을 상회하며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하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김씨의 2021년부터 폐업 직전까지의 매출 중소기업진흥청 전표 확인을 통해 이를 검증했다. 김씨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이 가게 운영 비용에는 △울트라콜 △오픈리스트 △우리가게클릭 △배민1플러스 중개수수료·배달비·배달팁 할인·결제 수수료 △배민·포장 결제 수수료 등 10개의 형태의 배달 관련 수수료가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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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총비용률 35%까지… “팔수록 적자”
2022년 8월 배달의민족(배민)을 통해 발생한 매출 310만원 중 배민 비용(40만8500원)을 제외한 김씨의 수익은 269만85000원이다. 전체 매출 중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총비용률)이 13% 수준인 셈이다. 당시 김씨는 정액제인 울트라콜(2개) 이용료 17만6000원과 정률제(건당 수수료)인 오픈리스트 중개이용료, 배민1 중개이용료, 배민1 배달비 및 이에 따른 결제수수료(2∼3%) 22만5500원을 지불했다.
2년 뒤인 지난해 8월에는 단골이 늘며 2년 전보다 매출이 150만원 증가했지만 정작 김씨가 손에 쥔 돈은 332만840원에 불과했다. 2년 전보다 60만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마저도 매년 증가한 식자재, 인건비(본인 포함 3인), 공과금 등을 고려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였다는 게 김씨의 설명이다.
이는 배민이 직접 배달비를 책정하는 ‘배민1플러스’와 이용자의 클릭당 업주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우리가게클릭’ 도입의 영향으로 보인다. 2년 전 약 20만원에 불과하던 배민1(현 배민1플러스) 관련 비용은 지난해 8월 100만원에 육박했으며 우리가게클릭은 약 20만원에 달했다. 이 당시 총비용률은 27.8%로 2년 전보다 14.8%포인트 오른 수치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 이어져 지난해 12월 총비용률은 31%를 기록했다. 올해 1월에도 34.9%로 더 높아졌다. 김씨는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김씨는 “배달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배민이 매출의 35%를 가져가니 미래가 안 보였다”며 “배달앱 기업이 독과점으로 자영업자를 죽이고 있는데 정부는 손 놓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규모 가맹점을 이끌며 협상력을 지닌 프랜차이즈도 상황은 비슷했다. 프랜차이즈 점주 A씨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5월 5.4%에 불과했던 배민 총비용률(배민앱을 통한 총매출 중 총비용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2022년 5월 10%를 넘고 2년 뒤인 2024년 5월에는 20%를 돌파한 뒤 올해 1월에는 25.6%에 달했다. 배달로 1만원을 팔면 2500원 이상을 배민이 가져가는 셈이다.
이 두 가게 사례는 손님이 직접 매장을 찾아 주문하고 취식 뒤 결제하는 이른바 ‘워크인(Walk in)’ 매출은 제외한 순수 배달 매출이다. 하지만 두 가게의 배달 매출이 매월 70∼80%에 달해 워크인 매출은 폐업이나 운영 비용 증감 등에 미치는 영향이 작았다.
2일 서울 은평구 가게의 폐업 뒤 사용하던 조리도구들이 남아 있는 주방의 모습. 채명준 기자
◆정률제 강화, 자영업자도 소비자도 피해
이처럼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진 이유로 본격적인 수익 강화에 나선 배달앱의 정률제 강화 전략이 지목된다. 정해진 요금만 지불하는 정액제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 매출을 올릴 경우 비용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정률제는 판매량에 맞춰 비용을 지불하므로 매출 확대에 따른 이점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에서다.
배민은 정액제 중심이던 ‘배민(현 가게배달)’ 대신 2021년 정률제인 ‘배민1’을 출시했다. 이후 유저 인터페이스(UI)와 각종 이벤트 등을 활용해 점차 배민1의 영향력을 키워나간 배민은 지난해 ‘배민1플러스’를 출시하며 본격적인 정률제 강화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초기 주문 1건당 1000원이던 중개이용료는 주문 금액의 6.8%를 거쳐 지난해 8월 9.8%까지 오른 상황이다.
배달용 오토바이들이 건물 앞에 줄줄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 연합뉴스
앞으로도 문제다. 4월부터는 배민이 사업 초기부터 운영해온 유일한 정액제인 ‘울트라콜’마저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울트라콜은 깃발당 월 8만8000원(부가세 포함)만 내면 원하는 지역에 가게를 노출시키는 상품으로 중개수수료가 없고 자영업자 임의로 배달비를 설정할 수 있어 자영업자들이 선호하던 상품이다. 이 상품이 사라질 경우 자영업자의 선택지는 정률제뿐이다.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우형) 관계자는 “소비자 선호에 따라 배달앱 시장이 재편되면서 업주들 입장에서 울트라콜을 통해 얻는 광고 효과가 현저히 낮아진 상황”이라며 “고객 모두의 비효율과 불편을 개선하고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울트라콜) 서비스 종료를 결정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게클릭의 광고비 범위가 200∼600원에서 50∼1000원으로 조정되는 부분도 상당수 자영업자가 우려한다. 이는 이용자가 배민 앱 내에서 가게를 클릭할 때마다 주문 여부에 관계없이 해당 업주가 클릭당 광고비를 지불하는 상품이다. 고액을 설정할수록 노출 가능성이 커져 사실상 자영업자끼리의 제살깎아먹기 경쟁을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
우형 측은 “출혈 경쟁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반대로 이 상품을 잘 사용하고 있는 분들도 있고 이커머스에서도 통용되는 광고 상품이다. 원하는 자영업자가 부가적으로 사용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했다.
커진 배달앱 비용은 자영업자의 판매가격 인상을 유발할 수 있어 소비자도 경계해야 한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 응답자의 47.6%는 판매가격을 인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34.8%는 ‘이중 가격’(매장과 배달앱에 다른 가격 적용)을 도입했다.
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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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자영업자의 부담이 커진 이유로 본격적인 수익 강화에 나선 배달앱의 정률제 강화 전략이 지목된다. 정해진 요금만 지불하는 정액제의 경우 일정 수준 이상 매출을 올릴 경우 비용 이상의 이익을 거둘 수 있지만, 정률제는 판매량에 맞춰 비용을 지불하므로 매출 확대에 따른 이점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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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준 기자 MIJustic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