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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에 있는 호암미술관에서 '겸재 정선전'이 오는 6월 29일까지 열린다. 전시 준비만 3년 걸렸단다. 이번 전시는 그의 예술을 총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이 같이 기획한 첫 전시다. 국보 2건과 보물 7건 포함해, '금강전도' 등 165점을 볼 수 있다.










▲  겸재 정선 I '우화등선' : 현실의 몸을 벗어던지고 신선이 되다는 뜻[위]과 '웅연계람' : 웅연 월복리란 나루에 정박하다'[아래] 1742년. 산천이 춤을 추는 듯하고, 세세한 디테일이 빼어나다


ⓒ 김형순




도대체 '산수화'란 뭔가? 산수화는 동북아시아의 문화코드 중 하나다. 물론 중국이 제도권금융기관조회 중심이었지만, 우리도 이에 못지않다. 조선도 그림 하면 산수화를 최고로 쳤다. 왜 그런가? 산수화에는 모든 사물, 동식물, 우주 만물, 천지인 등이 다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 장르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표현하고, 우주의 질서를 상징적으로 도상화한다. 동양의 전통에서는 서양과 다르게 사람을 작게 혹은 안 보이게 그린다 첫직장 . 자연을 해치지 않고 경외하며, 있는 그대로 즐기려는 정신이 담겨 있기에. 자연 속에서 인간은 도를 닦고 깨닫고 실천하는 존재다.
산수화를 더 파고들면, '건곤(천지)'의 원리가 작동하는 주역의 세계관이 담겨 있다. 가운데 태극인 음양이 있고 가장자리 사방에 '4괘(하늘, 땅, 물, 불)'가 있는 태극기도 어찌 보면 산수화다. 하여간 한 캐피탈대출금리 국적 자연에 기운생동을 불어넣어 산수화의 최고 경지인 진경산수를 낳은 겸재를 만나보자.

겸재의 생애와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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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겸재 정선 I '독서여가도' 18세기 조선 선비의 모습과 살아가는 환경을 보여주는 듯한 그림으로 정선의 자화상 같다. 1740-1741년


ⓒ 삼성문화재단




겸재 정선(1676~1759)은 숙종 2년 1월 3일에 한성부 북부, 지금의 경복고 근처 '유란동(幽蘭洞)'에서 태어났다. 그는 몰락한 양반 출신으로 14세에는 부친마저 잃었다. 37세에 겨우 말단 벼슬을 얻었다. 물론 후에 46세에 하양(대구), 58세에 청하(포항) 등에서 현감을 지냈다. 문예에 조예가 깊은 영조대왕도 겸재를 아껴 그를 평생 후원했다.

겸재는 400점 이상의 작품을 남겼고, 18세기 조선회화의 전성기를 이끈 최고의 화가다. 그는 사실주의적 실경, 문인화적 요소, 남종화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창작자의 관점이 들어가는 화풍으로 발전시켰다. 거기에 한국의 고유한 정체성도 가미했다. 사생과 기록을 중시하는 '사경'보다는 회화성과 예술성을 강조하는 '진경산수'를 창안했다. 그림에 음양과 자연의 리듬감을 불어넣었다.
영조가 즐겨 불렸다는 그의 호는 '겸재(謙齋)'였다. 이건 무슨 뜻인가? "겸손이 형통한다"라는 뜻이다. 주역의 '겸괘'(높은 산이 낮은 땅에 고개를 숙인다)에서 왔다. 겸손이 성공의 열쇠라고 겸재는 생각한 것 같다. 그는 작품에 서명을 할 때 겸재라고 적었다.
겸재의 시대가 온 것은 우연은 아니다. 조선 전기엔 '세종대왕' 같은 위대한 군주가 있어, 한글이 창제되고 과학을 발전되었다. '몽유도원도' 같은 기념비적인 산수화도 나왔고, 조선 후기엔 영조와 정조 같은 개혁 군주도 등장했다. 당시는 회화만 아니라 문학에서는 박지원, 사상에서는 정약용 등도 탄생했다. 이 문예 부흥기에 겸재가 있었고, 그의 계보를 이어 단원과 혜원도 출현했다.

30대와 70대의 금강산 그림










▲  겸재 정선 I '신묘년풍악도첩' 중 '단발령망금강산도' 1711년


ⓒ 삼성문화재단












▲  겸재 정선 I '신묘년풍악도첩 중 '금강내성총도' 1711년


ⓒ 삼성문화재단




겸재의 대표적 금강산 화첩에는 1711년 판과 1747년 판이 있다. 우선 30대 그린 금강산인 '신묘년풍악도첩' 가 있고 그중 2 작품을 보자. 우선 '단발령망금강산도'가 있다. 기존 방식을 혁파해 과감하게 그렸다. 특히 획기적인 생략이 돋보인다. 금강산의 대문 같은 '단발령 고개'에서 그린 것이다. 하여간 겸재는 금강산을 처음 보고 첫사랑에 홀린 사람처럼 몰입해 그린 것 같다.


'금강내성총도'도 있는데 이 작품은 산봉우리가 변화무쌍해 입체파를 연상시킨다. 화면을 통째로 그린 '전도(全圖) 회화'다. 길이 마치 혈관처럼 흐르고, 산봉우리와 고을마다 장소의 이름을 정확하게 표기했다. 그밖에도 '장안사, 피금정, 총석정, 삼일호, 해산정, 백선교, 불정대' 등이 실려있다.










▲  겸재 정선 I '해악전신첩' 중 '금강내산' 1747년


ⓒ 삼성문화재단




그리고 다음 해 겸재는 금강산을 찾아가 '해악전신첩'을 그렸으나 이게 소실되어 35년 후에 금강산을 다시 갔고, 같은 제목으로 1747년 판을 내놓았다. '해악전신(海嶽傳神)'이라는 제목은 "바다와 금강산의 정신을 담은 초상화"라는 뜻이다. 이 화첩에 당시 동행한 옛 스승과 친구의 시도 들어가 있는 것은 자연스럽다.

70대 다시 그린 위 작품은 일체의 경지를 초월한 듯하다. 대가의 무르익은 필치가 총집약돼 있어 독자적 위상을 뽐낸다. 경지에 도달한 화가를 '화성(畫聖)'이라는 하는데, 겸재에게 잘 어울린다.
이 작품에 대한 평이 '백인산' 저 <간송미술36>에도 나온다. "무성한 솔숲을 경계로 삼엄한 암석으로 된 봉우리와 부드러운 흙산이 대비를 이룬 가운데 금강산 곳곳에 자리한 명승과 암자가 꼼꼼하게 묘사돼 있다. 절묘한 화면 구성을 통해 겸재가 담은 금강산 기세는 활기차고 정교하다. 또한, 금강산 속살의 묘사마저도 생생하다." 두 개의 금강산 화첩을 비교해 보면 더욱 좋다.

그의 대표작 '금강전도'










▲  겸재 정선 I '금강전도' 1734년(58세)


ⓒ 김형순




그럼 이제 누구에게도 잘 알려진 '금강전도'을 감상해보자. 겸재는 금강산을 백 번 이상 다닌 그야말로 금강산에 도통한 화가라 할 수 있다. 금강산 자유자재로 변형하면서 누구도 추종할 수 없는 절대적 경지에 도달했다고 할까. 금강산과 그 산이 풍기는 기세에 취해 예술적 열정으로 산수를 입체화해 환상적으로 축소 확대했다.

겸재하면 서양화가 중 '폴 세잔'이 떠오른다. 겸재가 기존 산수의 형이상학적 관념을 배제하고, 부분을 줄이거나 확대해 중심 이미지를 강조하는 '축경화법'을 창안했다면, 세잔은 원근법보다는 하나의 그림 안에 초점을 여러 곳에 맞추는 기법으로 '입체화법'을 창안했다. 동서 회화에서 놀라운 모험을 시도한 두 천재는 시대를 넘어 통한다.
이이남 작가는 2011년에 이 금강전도에 영감을 받아 첨단 디지털 아트로 재해석했다. 헬리콥터를 타고 그린 것 같은 이 그림에 실제로 헬리콥터를 띄어, 강력한 운동감(movement)을 불어넣었다. 거기에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가 들리는 사운드 요소가 곁들여져 영상세대를 사로잡았다.

최고 걸작 '인왕제색도'










▲  겸재 정선 I '인왕제색도' 1751년(72세) 친구 이병연을 기리는 작품


ⓒ 삼성문화재단




이번에는 겸재가 비가 내린 후의 인왕산 모습을 그린 절묘한 걸작 '인왕제색도'를 보자. 그가 완숙한 76세 때 작품으로 '금강전도'를 그린 지 13년 만이다. 평생을 쌓아 온 그의 모든 기량과 재능을 맘껏 펼쳤다. 여름 소나기가 내린 후 걷히는 비구름 속 절벽의 질감이 참으로 풍부해 보인다.

겸재는 비에 젖은 바위를 연출하기 위해 더 원숙하고 정교하게 붓을 놀렸다. 굴곡 심한 산봉우리와 육중한 골격과 웅장한 경관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여기에 겸재의 필의(筆意) 즉 역사적·문화적 의미와 미적 수준이 담겨 있다. 이 작품은 '이건희 컬렉션' 해외전 등 때문에 5월 6일까지만 공개된다.

정선과 이병연의 우정










▲  겸재 정선 I '시화상간첩(詩畵相看帖)' 1740년


ⓒ 삼성문화재단




지면상 겸재 작품을 다 소개할 수는 없고, 그의 인간미를 엿보게 하는 작품 하나를 더한다. 여기 주인공은 정선과 그와 호형호제하며 우정을 나눈 시인 이병연이다. 읽는 그림인 '시'와 보는 그림인 '회화'의 만남이다. 정선이 양천 현령으로 부임하면서 이병연과 이별하게 되자 만든 시화집이다.

겸재의 그림과 함께 소개된 시의 제목은 "금성의 평평한 모래밭을 두고(금성평사: 錦城平沙)"이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지금의 상암동 월드컵경기장부터 난지도 일대를 그린 것이다.
"난간의 머리에는 저문 빛 오고 (欄頭來晩色)십 리에 저녁 햇살 비추는 호수이네 (十里夕陽湖)붓을 잡고 나지막이 오래 읊는데 (拈筆沈吟久)평평한 모래밭에 기러기가 내리는 그림이로다 (平沙落雁圖)"
이번 전시를 보고 한 마디 추가한다. 겸재의 진경산수를 그렇게 보고 싶어도 사실 볼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호암미술관과 간송미술관의 긴밀한 협력 속에서 한국 미술사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잔치가 펼쳐졌다. 겸재 그 이름은 너무 유명하지만, 우리는 그의 작품을 접하기 쉽지 않아 감상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를 온전히 즐길 절호의 기회가 와 기쁘다.
덧붙이는 글